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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 때다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도…'일산화탄소 중독'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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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이 되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보일러를 켜거나 연탄을 때 방을 데우곤 한다. 그런데 이럴 때 동시에 늘어나는 안전사고가 있는데, 바로 '일산화탄소 중독'이다. 난방설비에서 새어 나온 일산화탄소가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와 중독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연탄이나 가스난로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고라는 인식이 있는데, 사실 보일러를 사용하는 가정이라고 해도 주의가 필요하다. 행정안전부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2018년~2022년 사이 가스보일러로 인한 사고는 총 20건이었으며, 인명피해를 입은 44명 중 4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일산화탄소 중독이 위험하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예방법은 없는지 알아보자.

스스로 인지 어려운 일산화탄소 중독,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일산화탄소는 가연성 물질이 불완전 연소할 때 발생하는 가스로, △자동차의 매연 △가스, 기름 등의 연료 연소 △화재 △담배 연기 등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그런 탓에 일산화탄소는 탄내가 날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일산화탄소 자체는 아무런 냄새나 색이 없다. 그래서 인체가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스스로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몸속으로 들어간 일산화탄소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산화탄소는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carboxy-hemoglobin, cohb)'을 형성하는데, 하이닥 응급의학과 상담의사 김성호 원장(류마이지내과의원)은 "cohb가 생성되면 산소가 적혈구와 붙지 못하고, 세포호흡에 필요한 산소가 모자라 몸에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는 '내질식' 상태가 유발된다"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의하면 혈중 cohb 수치가 30% 미만의 경증일 경우 △경미한 두통 △졸음 △피로감 △메스꺼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금세 증상이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혈중 cohb 수치가 30~40% 사이로 올라가면 경미했던 두통이 극심한 두통으로 변하고, 어지럼증과 메스꺼움도 심해지는 등 증상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40% 이상의 중증 단계로 넘어가면 상황은 훨씬 위험해진다. 피부가 진홍색으로 변하고,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저혈압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발작 △경련 △호흡곤란 △의식소실 등이 뒤따르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김성호 원장은 "일산화탄소 중독 초기 단계에 졸음 증상이 동반되는데, 중독 사실을 모른 채로 잠들었다가 심각한 중독 상태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회복 후에도 이상 증상 관찰될 수 있어…예방이 가장 중요
일산화탄소가 누출된 것이 확인되면 즉시 환기를 하고 해당 공간을 빠져나와야 한다. 이후 병원으로 가 체내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산소호흡기를 사용해 고농도 산소를 공급하거나, 고압산소치료를 받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치료 후에도 건강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치료 후에도 최대 240일 이내에 '지연성 신경정신병적 후유증(eelayed neuropsychiatric sequelae)'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기억력 저하 △배뇨장애 △성격변화 △운동장애 등이 있는데, 중독 발생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증상이 발생하기도 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것이다.

일산화탄소 노출은 누구에게나 위험하기는 하지만 특히 더 주의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관상동맥질환 등으로 산소 공급이 저하되기 쉬운 만성질환자, 뇌 손상 가능성이 높은 노인, 태아에게 산소 공급이 중요한 임산부, 성인보다 숨을 더 자주 쉬어 호흡량이 많은 어린이 등이 해당한다. 이 경우 일산화탄소 노출이 확인되면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즉시 병원으로 가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일산화탄소 중독을 겪지 않으려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난방설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인데, 보일러 사용 전에는 배기구나 연통이 손상되지 않았는지, 가스가 새어 나올 수 있는 곳은 없는지 점검해야 하며, 1~2년에 1번씩 정기 점검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만약 연탄이나 가스난로 등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공간이 밀폐되지 않도록 자주 환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난방 기구 주변이 아닌 실내 공간에도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해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 김성호 원장(류마이지내과의원 응급의학과 전문의)